책을 읽으며
기업가이자 투자자인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피터 틸(Peter Thiel)의 Standford 대학 강의 내용을 묶은 책으로 신생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겐 필독서 같은 책이라 여겨진다. 이 책의 처음 시작이 인상적이다. 피터는 직원을 채용할 때 면접 시 물어보는 질문으로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고 한다. 잠시 읽는 걸 멈추고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나라면 어떤 대답을 할까 생각해 보니 내 또래의 사람들이나 혹은 연장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인 "나이가 들어서 잘 잊어버리고, 열정이 사라지고, 재미있는 것이 더 이상 없다는 말" - 난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왜 사람들은 모든 걸 나이가 연관 지으며 사회적인 틀에 본인의 역량과 가능성을 가두려 하는가. 내가 피터 틸에게 이 질문을 받는다면 난 이런 대답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읽어가는 피터의 생각을 엿보니 얼추 피터가 원하는 대답과 근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념과 반대되는 대답은 그 사람의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나타내고 여기에 훌륭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기술화, 독점화, 라스트무버, 거듭제곱의 법칙
피터 틸은 기술화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이를 수평적 진보와 수직적 진보로 표현하며 이를 풀어낸다. 즉 수평적 진보란 세계화(globalization), 수직적 진보란 기술화(techonology)라고 이야기하며 이를 타자기의 발전에 빗대어 한 개의 타자기를 보고 100개를 만들었다면 이는 세계화이고 워드프로세서를 만들었다면 이는 기술화라고 이야기하며 "기술화"가 세계화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의 변화 없이 중국이 에너지 생산량을 2배로 늘린다면 대기오염 역시 2배가 늘어날 것이고 결국에 세계는 황폐화가 될 것이므로 기술의 진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생기업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긍정적 의미의 독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너무 뛰어나서 감히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품으로 차별화를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경쟁에서 벗어난 독점기업이 된다 해도 미래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몸집을 키우고 특정시장에서 마지막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뤄내어 몇 년간 독점이윤을 누리는 라스트 무버가 되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체스에 빗대어 "다른 무엇보다 마지막 수를 연구하라"라고 말하며 시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장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전체시장의 라스트 무버가 된다고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피터 틸은 "거듭제곱의 법칙(power law)"을 이야기하며 이는 80:20의 법칙과 같아서 파괴적인 20%가 나머지 80%를 능가하는 것으로 가치를 차지한다고 강조한다. 특히나 투자자라면 투자한 회사들 중 소수의 몇몇 회사가 나머지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띠게 되므로 이 거듭제곱의 법칙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숨겨진 비밀은 어떻게 찾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화두, 아마도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내가 여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숨겨진 비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의 처음 부분인 통념과도 일맥상통하며 너무나 간단해 보이는 것을 다시 생각함으로써 가치 있는 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저자의 통찰력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숨겨진 비밀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자연의 숨겨진 비밀과 사람에 관한 숨겨진 비밀로 나뉘며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은 사람에 관한 숨겨진 비밀을 찾는 것이다. 즉, 중요하지만 아직 표준화되지 않았거나 제도화되지 않은 것들, 이를테면 점성학, 영양학 같은 것들을 언급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떠오른 분야는 운동, 마음이라는 키워드다. 정말 중요하지만 제도화되진 않았다. 그리고 이 숨겨진 비밀은 "회사"라는 것을 통해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회사라는 것을 만들었다면 피터 틸은 여기서 더 나아가 회사의 기초는 어떻게 튼튼하게 구성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조직은 어떤 구성원으로 이루어지고 채용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현재의 AI기술과 빅데이터 등의 강력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저자의 생각도 볼 수 있는데 피터는 컴퓨터는 도구일 뿐 경쟁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컴퓨터가 도울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현재의 급변하는 사회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숨겨진 비밀은 분명 어디에서나 존재할 것이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숨겨진 비밀을 찾고 사람들에게 이로움이 되고 이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끼칠 수 있는 그 비밀이 무엇일까를 더욱 고민해 보게 되는 보석 같은 지침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