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철학자이자 종교학자 나카자와 신이치가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시리즈로 엮은 책 "카이에 소바주"(야생적 사고의 산책이라는 의미)의 마지막 5권 '대칭성 인류학'은 신화적 사고의 본질을 밝혀냄으로써 우리 '마음'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무의식'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소망이 담겨있는 책이다.
과학과 신화, 그리고 무의식
저자는 신화를 통해 대칭성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현대 과학은 삶과 죽음을 분리시킴으로 비대칭성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며 신화적 사고를 통해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대칭성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종교나 예술에서 계속되고 있음을 언급한다. 하지만 신화의 사고가 과학의 사고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신화에서 사용된 인류의 지적 능력이 과학적 사고를 발전시켜 온 것으로 본질은 같다고 말하며 과학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신화적 사고의 '사상'이라는 것을 통해 오늘날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완성된 과학의 이론은 비대칭성의 논리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처음 그 과학적 사고가 떠오른 근본적 사고는 무의식의 영역에 깊이 들어갔을 경우에 발생된다는 논리를 펼치며 신화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의 "신화는 무의식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고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신화의 특징에 대해 기술하는데 첫째, 대칭성의 논리를 사용하며 둘째, 삼차원으로 표현 불가능한 이미지의 압축이 일어나고 셋째, 전체와 부분이 하나로 이어지는 사고법을 취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무의식'이 발견될 것이며 이러한 연구에 대한 설명도 덧붙인다. 현대 사회에서는 비대칭적 사고가 만연해 있지만 그래도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가 치명적으로 파괴되지 않은 이유는 우리 마음속에 신화적 사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이 무의식의 작동에 더욱 통로를 열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인도한다.
'일(一)'의 마력
저자는 많은 영역에서 기본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일(一)의 역할을 설명한다. '일의 원리'란 다차원적으로 결정되던 '가치'가 가치척도로 바뀌어 서로 연결되어 있던 것들 사이에 분리가 일어난다고 말하며 증여가 교환으로 뒤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의 중요한 부분이 모두 교환의 원리로 작동하며 자본주의가 등장하게 되었고 이 '일'의 원리가 경제영역에서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종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일신교가 탄생하게 되며 점차 대칭성의 논리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의 원리에서 벗어난 세계는 '순수증여'를 행하는 우주적인 힘에 의해 움직이며 제도적인 규칙이 없으며 생명조차도 시간의 흐름에 벗어난 것으로 인간과 신 사이에도 대칭적 관계가 성립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이상적 세계라고 강조하며 이런 사회는 현실로 이루어진 적도 없고 미래에도 현실 불가능한 세계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지만 현대 사회의 자본주의 아래 물질적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칭성 논리에 의해 작동하는 무의식에 우리는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절대반지를 인용하며 이 반지가 의미하는 '일'이 언젠가 화산의 분화구에 던지는 모험을 내딛는 프로도와 샘, 골룸의 출현을 꿈꾼다고 이야기한다.
미노타우로스 신화에 숨겨진 마음의 원형
저자는 끊임없이 신화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이를 통한 지혜의 구원을 피력하는데 특히나 대칭성의 원리로 괴물과 천사를 설명하며 그리스 신화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유명한 신화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받은 황소를 왕이 된 후 제물로 바쳐야 하는데 그 소가 아까워서 다른 소를 제우스에게 바쳤고 이를 알게 된 포세이돈이 화가 나서 미노스 왕의 왕비인 파시파에로 하여금 이 소와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결국 왕비는 이 황소와 관계를 맺고 몸은 인간이고 머리와 꼬리는 황소인 미노타우로스가 탄생하게 된다. 통제가 불가능한 난폭한 미노타우로스는 아무도 나올 수 없는 미궁 속에 갇히게 되고 9년마다 일곱 명의 총각과 일곱 명의 처녀가 제물로 바쳐졌다는 이야기이다. 많은 신화학자들이 이 신화 속에서 인류가 지니고 있는 '마음' 속 불안, 즉 고차원의 지성이 활동하고 있는 무의식의 '대칭성 논리'의 작동으로 자신과 타인, 인간과 동물등 경계의 해체를 일으킨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신화에 나오는 '미궁'에 더욱 초점을 맞추며 이 미궁이란 통로가 교차하지 않고 선택지가 없으며 이 미궁은 내부 구석구석까지 통로가 나 있어서 이 공간을 걷는 사람은 내부공간 전체를 걸어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통로는 외길이라 이 길은 중심으로 통하게 되며 따라서 내부를 걷는 사람은 길을 잃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심에서 외부로 나가려면 또한 이 통로를 지나갈 수밖에 없다. 중심부에는 고차원적인 현실이 있고(이는 미노타우로스를 상징), 이를 향해 가는 무의식은 사실 '마음'의 근본에 이르고자 하는 것으로써 이 속에 숨은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저자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북아메리카 북서해안에 사는 침시안족의 연어사냥을 대칭성의 원리로 조명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대 수렵채집 시절 우리 인류가 행한 샤머니즘적 의식, 생존을 위해 동물을 사냥할 수밖에 없었고 고통을 최소화시키는 죽임 후 살생한 동물을 위한 의식을 치렀던 그 행위도 마찬가지로 대칭성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대칭성 무의식이란 우리의 '마음'의 작용을 낳는 '자연'이라고 저자는 말하며 이 대칭성 무의식의 작동을 통한 '자연화'를 강조하면서 이 책을 끝맺는다.